3. 아파 죽겠다.


달각거리는 소리.
아마도 한 빛. 그녀석이 내 약을 찾는 거겠지.
그나저나 진짜 아파 죽겠다.

요즘은 몸 꽤 괜찮아 졌다고 생각했었는데.
아니였었나 보다.

빛 : " 쌤! 이거죠? 뚜껑위에 '영우' 라고 쓰여진 이 약. "
영우 : " 아. 그거 맞아....물하고...같이 삼켜야하는데.. "

빛 : " 물....이요? 정수기 고장난거 같던데...? "
영우 : " 거기 책상 옆에 미니냉장고에 생수 없어....? "

물 없이 먹음 안된다고 했는데.
설마 건희가 생수를 안 사놨겠어.

빛 : " ....어....음....생수....가....500ml짜리 하나....있네요....? "
영우 : " 으......물 좀 사다 놓으라고 평소에...그렇게 말했는데... "
빛 : " 약은. 몇 알 줘요? "
영우 : " 5알. 5알만 줘. "
빛 : " 5알? 그렇게나 많이요? "
영우 : " 응. 그렇게나 많이. 나 진짜....죽을거 같애. 빨리...줘... "

그냥 엄살이 아니라 진짜 아프다.
목이 아려오고 내 피냄새가 진동하는 양호실.
밀폐된 공간이라 빠져나가지 못하는 피 비린내로 인해
점점 더 심해져 오는 두통까지.

빛 : " 근데 쌤. 약은 삼킬 수 있겠어요? "
영우 : " 힘....들겠지..... 괜찮아.
안 삼켜지면 그냥 물 계속 마시면 그냥 넘어가. "

물 다 마시면 어쩔 수 없나....

빛 : " 후.... 쌤. 물 나 한테 줘 봐요. "
영우 : " 응? 왜....? "
빛 : " 빨리. "
영우 : " 어..여.....여기... "

아파 죽겠는데.

그냥 빨리 약 먹고 잠들고 싶은데.
물은 또 왜 달라는 거야.

빛 : " 약. 입에 넣어요. "
영우 : " 어...? 아. 으응..... "

<텁.>

5알의 알약이 입에 한꺼번에 들어왔다.
알약이 녹기 시작하면서 점점 쓴 맛이 입 안에 감돌았다.

영우 : " 우우...쓰다....빨리 물! "
빛 : " 네. "

응? 잠깐. 물을 니가 왜 마셔?

<쪽.>

영우 : " 읍? 우으으응?! "

<꿀꺽.>

아. 다 삼켜졌다.
내가 약을 다 삼켰음에도 불구하고 떨어지지 않는
녀석의 입술에 당황했다.
물론 입으로 물을 먹여준 것도 당황스럽고.

영우 : " 읍....으읏.... "

그리고 또 한가지.
이녀석. 입술이 처음 맞닿고. 물을 넘겨주면서
혀가 입 안으로 들어왔다.

첫 키스는 아니였지만 그래도.
교사한테 키스으으?!

아까 부터 잡혀 있는 손목이 점점 조여온다.
마치 수갑을 채워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것 마냥.

다시 점점 느슨해지는 손목에 그 때를 틈타 손을 빼 내었다.
그리고 나서 그녀석의 어깨를 힘껏 밀었는데,
힘을 주지 않고 있었던 것이였는지 생각보다는 쉽게 밀쳐졌다.

빛 : " ....후.....쌤. 약은. 다 삼켜졌죠? "
영우 : " 뭐야 너. 사실은 약 다 삼킨지 오래인거. 알고 있잖아. "

뻔뻔해.

재수없어.

진짜 싫다.

빛 : " 당연하죠. 일부러 입안 구석구석 핥았는데. "
영우 : " 읏....변태 아냐? 너 자기가 학생인건 자각하곤 있는거야?! "
빛 : " 변태라뇨. 그리고 전. 내가 반한 아름다우신 선생님의 제자.
그것도 아~주 잘생긴 미남 제자 잖아요? "
영우 : " 알고 보니 왕자병 말기 환자로구만?! "

미친 새끼 아냐 이거?

빛 : " 왕자병 말기 환자 치고는 너무 비현실 적으로 생기지 않았나? "

내 턱을 살짝 잡아 당겨 자신의 얼굴과 가깝게 만들고선
저런 개소리를 지껄이고 있다니.
물론 안 잘생기진 않았지만서도. 아니, 어쩌면 정말 잘생겼지만 서도.

영우 : " 어, 얼굴 저리 안치워?! "
빛 : " 정말이지. 이리도 까칠해서는. "

영우 : " 내가 어딜 봐서 까칠해?! "
빛 : " 얼굴 발갛게 달아 올라서는 가시 돋친 말투로 계속 말하고 있는데.
그럼 그걸 순하다고 해줘요? "

마...말도 안돼.
내 얼굴이 빨개졌다고?

빛 : " 내가 아무리 맘에 안들더라도. 조금은 참아요.
또 아프면 어쩌려고 그래요? "
영우 : " 허, 그럼 약먹어야지! "
빛 : " 또 아까처럼 약 먹여줬으면 해서 그러는 거에요? "
영우 : " 뭐, 뭐라고?! "
빛 : " 아아....이렇게 예쁜 쌤이 너무 열렬히 유혹하시는데.
안 넘어 갈수야 있을라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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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10-20 21:18 | 조회 : 4,093 목록
작가의 말
platyp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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