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 하.... 쌤 진짜 너무.. 잔인해요...
영우 : 빛아.... 원래 현실은 언제나 잔인한 법이야... 빨리 적응해야 편해...
그래...그게 현실이지.... 암... 그렇고 말고...
빛 : 하하하....
<철컥, 달칵...>
건희 : 어? 뭐야 아직 집에 안갔어요?
영우 : 그러는 건희쌤도 집에 안가셨었어요?
빛 : 방해꾼 등장이다.
누가 누구보고 방해꾼이라는 건지....
건희 : 죄송합니다.....(침울)
얜 또 뭐가 죄송하다는 거야...
설마 애가 방해꾼이라 한 걸로 저러는 건가...
아 왜 학생이랑 쌤이랑 정신연령이 똑같은 거 같이 느껴지는 거야....
빛 : 그쪽이 하는 사과는 필요없는데.
영우 : 요.
빛 : 네?
영우 : 존댓말 써야 착한 학생이지.
건희 : ..풋.
빛 : 착한 학생 할 마음 없는데요.
....나쁜 학생 할 마음은 있다는 건가.
영우 : ...난.... 착한 학생이 좋은데..
건희 : 그렇죠? 영우 쌤은 역시 착한 학생이 좋죠?
이러면 싫어도 존댓말 쓰겠지...!
빛 : 그럼 착한 학생 아니어도 내가 좋아지게 만들게요!
이렇게 나올줄은 몰랐는데..
영우 : ...집이나 갈까.
건희 : ...그럴까요.
빛 : ....왜 미묘하게 무시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지?
미친놈은 상종 안하는게 답이라고 엄마가 항상 말씀하셨지...훗.
영우 : 미묘하게 무시한 적 없어.
빛 : 그럼요?
영우 : 대놓고 무시한 거거든.
건희 : ....푸큽....큿....풉...!
와... 한 빛 녀석 표정봐라.... 뭘 깨달았다는 듯한 표정이야....
빛 : ...웃지말죠? 재수없으니까.
건희 : 네, 풓..크흠...흠.. 죄송합니다.
아까부터 계속 죄송하대..
영우 : 암튼 집이나 가자. 한 빛, 넌 집 어디야?
빛 : 연우 아파트 옆이요...
영우 : 어디?
빛 : 연우 아파트 옆 오피스텔요..
건희 : 어? 영우 쌤도 연우 아파트 근처 사시는데.
빛 : 진짜?
건희 : 네. 아마 가끔은 마주 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영우 : 근데 너 그럼 등교는 어떻게 해?
연우 아파트 학교랑 거리 멀어서 나도 차 타고 오는데..
빛 : 택시 타고 오죠.
영우 : 돈 많네.
건희 : 그러게요. 돈 많나 보네요.
왕복 7만원 정도 나올텐데 그걸 매일?
영우 : 매일 택시 타?
빛 : 네.
건희 : 돈 아까워...
영우 : ㅇㅈ.... 오늘은 내가 태워줄게....
빛 : 오 개꿀 ㅋ
그래... 그러고 보니 얘도 아빠가 회장이라고 했지....
크윽.... 엄마 왜 이혼하셨나요...!
건희 : 그럼 다들 짐 챙겨서 나가주세요~
문 잠궈야 합니다~
영우 : 네~
빛 : ㅇ
참 끝까지 건희 쌤 싫은 거 티 내네...
영우 : 와.... 이제 퇴근이다....
건희 : 그럼 내일 뵈요~
빛 : 창밖으로 뛰어내려 서라도 빨리 꺼져 버렸으면.
영우 : 그런 말 하면 못 써...하..
( 빛의 말을 들은 건희는 3층의 복도에서 창밖으로 뛰어내렸고, 영우는 놀라 창밖을 내다보았지만 건희는 운동장을 가로질러 자신의 차를 향해 뛰어가고 있었다. )
빛 : ....농담이였는데.
영우 : ....나도 그런 줄 알았는데.
뭘까 저 미친놈은...
뛰어내려라 했다고 진짜 뛰어내리냐...
빛 : ...죄송해요.
영우 : 갑자기 뭐가.
빛 : 이번건 좀 잘못한 거 같아서요..
영우 : ...그래... 알면 된 거지.
하지만 저 미친놈도 잘못했지...
저런 사람이 양호선생 이라니....
이 학교 좀 위험한데...
영우 : 음.... 우리도... 빨리 가자...
빛 : 네....
( 건희가 뛰어내린 후 멍한 표정으로 1층까지 내려온 영우와 빛은 계속 멍한 상태로 차에 타고, 안전벨트를 멘 후 교문을 빠져나오고 나서야 정신을 차렸다. )
영우 : ...어디 내려주면 되는데?
빛 : 그냥.... 연우 아파트 앞에 내려주시면 제가 걸어갈게요...
영우 : 그래...
빛 : 근데요 쌤..
영우 : 왜.
빛 : 저 분명 오늘 입학식 이였는데.
영우 : 그렇지.
빛 : 그거 알아요?
영우 : 뭔데.
빛 : 저 입학식 안 갔어요.
영우 : 근데 반은 어떻게 알았냐.
빛 : 교실 칠판에 종이 붙어있던데요.
아... 가끔 자기 반 잘못 찾아가는 애들 때문에 붙여두는 그 종이...
영우 : 그거 없으면 어떻게 하려고 했는데.
빛 : 집에 가려고 했는데요.
영우 : .... 다행이네.. 근데 너 뭐하냐.
( 영우의 물건들을 뒤적거리며 갖고 노는 빛이 그 속에서 제법 무섭게 생긴 낡은 토끼 인형을 들고 영우를 쳐다봤다. )
빛 : ... 이건 뭐예요? 저주인형, 사탄의 인형 뭐 그런 거예요?
영우 : 그거 우리 엄마가 만든건데.
빛 : .... 하하 이거 정말 귀엽게 생ㄱ...
영우 : 사실 나도 그거 처음봤던 날 울었어.
빛 : ...몇 살 때 인데요?
영우 : 초 4.
진짜... 무서웠지....그땐....
볼때 마다 울었지....
빛 : ... 울만 했네요...
영우 : 그래도 그거 보다 보면 나름 매력있게 생겼다.
빛 : ....매력은 잘 모르겠고 마력은 있을 것 같아요.
영우 : ....괜찮아.. 가끔 혼자 이상한데로 가 있기도 하지만 괜찮아.
막 귀신들리고 그러지는 않았어.
빛 : ....왠지 무섭네요.
영우 : 그럼 다시 넣어둬.
빛 : 네...
( 조심스럽게 다른 물건들 위에 올려두는 빛이 순간적으로 귀여워 보인 영우는 피식 웃었다 )
영우 : 바보같아.
빛 : 저 공부 완전 잘하는 데요.
영우 : 공부 잘 하는 바보도 있어.
빛 : 그럼 공부 못하는 천재도 있어요?
영우 : ....있었지.
그래... 있었지... 공부 못하는 천재...
학교의 cctv를 전부 해킹하고 시험 문제와 선생님들의 지갑을 털어간 미친 놈...
빛 : 진짜 있었어요?
영우 : 진짜 있었지.
빛 : 신기하다..
영우 : 근데 걔 정학 먹어서 내년 쯤에 다시 등교할걸.
빛 : 뭘 했길래 정학 먹었는데요?
영우 : 학교 cctv해킹, 시험문제 유출, 절도, 강간, 교내 흡연, 음주, 무면허 운전... 정도.
빛 : ...일진?
영우 : 일진의 수준이 아니지.... 이 세상 어느 일진이 cctv를 해킹하냐.... 해킹하고 한 짓이 강간이야 강간. 심지어 작년에도 갑자기 학교 찾아와서 애 4명 정도 강간하고 간 놈이야.
빛 : 그 정도면 철컹철컹 아니예요?
영우 : 맞는데. 학교에 돈 처바르고 교육청에도 처바르고 검찰에도 처바르고 하는데 잡아가겠냐?
빛 : 그래서 착한 학생이 좋다고 했던 거예요?
영우 : 응? 아..어.. 그렇지.
빛 : ...그럼 내가 착한 학생이 될게요.
하하 지ㄹ도 풍년이지
담배부터 끊고 말했으면 좋겠다.
영우 : 그래.. 그래라.
빛 : 난 진지한데.
영우 : 누가 뭐라했니... 네 맘대로 해.
곧 있으면 도착하니까 니 물건 챙기고.
빛 : 네~
( 빛이 늘어트려 놓은 물건들 사이에서 휴대폰과 지갑을 챙기고 내려놓은 창문을 올리는 동안 영우는 빛 한테서 빼앗은 담배와 라이터를 주머니에서 꺼냈다. )
영우 : 자.
빛 : 이거 돌려줘도 되요?
영우 : ...돌려주지 말까?
빛 : 아뇨! 주세요!
영우 : 아까는 학교였으니까 뺏은 거고.
솔직히 나는 너네가 학교 밖에선 뭘 하던 관심 없거든. 술을 마시고 사고쳐서 경찰서에 가든 골목길에서 담배를 피우든. 교복입고 그러지만 않으면 관심없어.
교복입고 있으면 어느 학교인지 알 수 있으니까.
까딱 잘못해서 사고쳤을때 교복입고 있는 새ㄲ들이 난 제일 짜증나더라..
빛 : 그럼 전 교복 안 입고 있을 때만 담배 필게요.
영우 : 너 담배만 하냐?
빛 : 네?
영우 : 아니. 보통 술, 담배 둘 다 하는 경우가 많아서.
빛 : 아.. 술... 잘 안마시긴 하는 데 마시긴 마셔요.
영우 : 그래. 다 왔다. 이제 내려. 집에 조심해서 가고.
빛 : ... 네.
( 대답을 하고 갑작스레 영우의 모자를 벗긴 빛은 영우의 이마에 짧게 키스하고 웃었다. )
빛 : 태워줘서 고마워요. 쌤도 조심해서 가세요.
영우 : 야... 이.. 미친놈아....
제발..... 훅 들어오지 마라고.... 부끄럽다고....
잘생긴게 가까이 오면 설렌다고.... 으아....ㅠㅠ
빛 : 내일 봐요~
영우 : ....그래.
<탁ㅡ>
영우 : 하.... 오늘 만났는데.... 분명.....
왜 이렇게 설레고 지ㄹ이냐....지ㄹ은.....
심장아... 제발.... 좀 천천히 뛰어라.... (중얼)
( 멀어져 가는 빛의 뒷모습을 보며 영우는 한참을 중얼거리다 빛의 모습이 사라지고 나서야 영우는 자신의 집을 향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