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괘씸해

“의리 있는 동생들 둬서 좋겠네.”


그는 상황을 지켜보는 고딩들을 향해 살짝 웃음을 지었다.





“도와주려고 하는 순간 똑같이 될 거다, 애들아.”


분명 웃음을 짓고 있었는데, 분위기는 더 살벌해지는 기분이었다.


“집에나 가라.”


그 말에, 놈들은 주춤거리다가 전범근에게 죄송하다고 소리치고, 꽁지 빠지게 다시 도망을 갔다. 민운은 다시 고개를 아래로 숙여 전범근을 봤다.


“어디까지 얘기했더라……아, 그래.”


민운은 골똘히 생각하는 척 하다가, 그에게 가까이 얼굴을 들이밀어 조용히 다시 말을 이었다.




“난 연우의 뜻을 존중해. 그래서 지금도 참는 거야. 원래 내 성격대로 였으면 넌 곧바로 병원 행이었을 테니까.”



당사자가 진심으로 괜찮다고 한다면, 나서지 말아야 한다.
본인이 괜찮다는데, 그 사건에 관련 없는 사람이 나서서 뭘 할 것인가.

연우가 복수하고 싶다고 하면 도와줄 것이고, 용서하겠다고 하면 분하지만 그 또한 용서할 것이다.
그것이 정말 사랑하는 이를 위하고 생각하는 것이니까.







“그런데 핸드폰 보니까 연우랑은 별개로 너 진짜 마음에 안 든다…….”

“마음에 안 들면 어쩔 건데?”

“어쩌긴, 신고 해야지. 너 찾아보니까 수업 일수 부족해서 학교 1년 더 다니더라? 그럼 담임 선생님께 전해드려야 하나?”

“뭐? 이 미친 새끼가!!! 안 내놔?!”


전범근이 눈을 까 뒤집으며 몸부림을 쳤다.


“이게 무서우면 대체 왜 그런 짓들을 한 거야~”


민운은 바닥에 엎어져서는 팔딱대는 그를 보고 한참을 크게 웃었다. 그리고 겨우 웃음을 멈추고 말했다.




“너, 찾아보면 찾아 볼수록 가관이더라. 중학생 때부터 담배는 물론이고, 애들 괴롭히고, 삥 뜯고, 여자애들 성폭행하고……. 그 건으로 경찰서도 많이 갔더라? 다 어떻게 합의 잘 봤나 봐?”

“뭐야, 너……?”


그가 어떻게 다 알고 있는 건지, 의아했다.


“내 뒷조사 했냐?”

“합의 본 건 아무래도 부모님이 어떻게 해 주셨겠지. 하긴, 아버지가 대단한 분이시더라? 여기 우리 회사도 이용하는 것 같은데…….”



전범근의 아버지는 한 커다란 무역회사의 이사이다.
영향력이 꽤 있는 회사였다.

민운은 하여간 이사라는 놈들이 문제라고 잠시 생각했다.





“잘 아네. 그래, 이 지역 사람들 중에 우리 아빠 모르는 사람 없다, 새끼야. 다들 아빠한테 잘하려고 노력하지.”

“아~ 그래서 그게 네 권력이라도 되는 것 마냥 막 휘두르고 다니는 거네?”

“그래! 너도 뒤졌어, 시발.”


전범근은 킬킬거리며 기분 나쁜 웃음소리를 냈다.



“부모 잘 만나서 도련님 소리 듣고 다니나 본데, 아빠한테 말 한마디만 하면, 넌 그냥 졸지에 길바닥에 나앉게 될 거다.”

“아……그래?”

“모든 수입, 수출 물품의 50%가 아빠 회사를 거친다고. 방금 너네 회사도 이용한다고 한 것 같은데, 너 따위 때문에 우리 회사랑 거래를 안 할 순 없잖아? 안 그러냐?”



아무래도 그를 회사에서 내쫓지 않는다면 거래를 중단하겠다는 소리 같았다. 민운은 그의 재미있는 말에 고개를 돌려 피식 웃고, 중얼거렸다.



“이런 애들 정말 싫다니까…….”





‘그게 지 것도 아니고, 왜 애들 싸움에 기업이 끼게 되는 거야…….’

전범근은 그 무역회사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지 않다. 가만히 잘 돌아가고 있는 회사를 자기 체면 살리겠다고 이용하려는 거다.
민운은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책임질 것도 아니면서 자기 것인 마냥 이용만 하려는 것과 이런 더러운 방식으로 여러 아이들을 고통에 시달리게 했으니.



‘거래를 끊겠다고…….’

그의 거래를 끊게 하겠다는 말은 진심인 것 같았다.
하지만 그가 잘 알지 못하는 상태로 저지른 것이기 때문에 민운과 나래 기업이 받는 타격은 제로에 가깝다.
오해였다며 두 회사가 문제를 잘 해결하면 아무도 손해를 보진 않겠지만, 민운은 그럴 생각이 없어 보였다.



‘괘씸해서 봐주기 싫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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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4-08 01:01 | 조회 : 2,493 목록
작가의 말
로렐라이

하 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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