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어디 한번 죽어봐라

“아…….”



민운은 그의 말에 겁을 먹은 것처럼 큰일 났다는 듯이 연기했다. 눈썹을 축 내려서 제발 그렇게는 하지말아 달라고 애원하는 눈빛을 보냈다.


“아, 어떡하지……회사 잘리면 안되는데…….”


그가 조금 자신감이 사라지고, 위축되는 것을 느끼자, 전범근은 전세 역전한 듯 그를 향해 크게 비웃었다.


“큭, 무릎 꿇고 빌면 선처해줄 수도 있지.”
“내 무릎 비싼데…….”

“그럼 그냥 거지 돼서 굶어 죽던지, 새끼야.”
“아, 어쩔 수 없네…….”


민운은 한숨을 푹 쉬었다.






“그 무역회사 망하게 하면 내가 잘릴 일도 없겠다, 그치?”


그는 바로 돌변해서는 해맑은 목소리로 말했다.
전범근은 상황 파악을 못하고 여전히 그를 비웃었다.


“하, 네까짓 게 어떻게?”

“BK기업에 연락해서 계열사 전체가 너네 쪽 회사 이용 못하게 하라고 부탁 해야지, 뭘 어떡해. 그 회사 주 수입 물품이 BK 물품 맞지?”

“지랄하지 마, 병신이. 네가 부탁하면 ‘어이구 당연히 해드려야죠.’ 하면서 해준대?”

“네 사적인 일에 아버지 회사는 잘 이용하는 것 같은데, 그에 비해 모르는 게 많구나?”


민운도 그를 비웃었다. 그리고 그가 자신을 조롱했던 ‘도련님’이라는 단어로 대답했다.



“뭐~ 도련님이 원하신다면, 하고 해주겠지.”

“뭐?”

“아, 연우한테는 비밀이다?”


민운은 싱긋 미소를 지었다.




“허세면 그만둬라. 죽여버린다.”

“성폭행 당한 여학생들과 합의를 했다니, 말 같지도 않을 소리를……. 합의가 아니라 합의 하도록 협박을 했겠지. 이 얘기만 해줘도 BK랑은 영영 안녕이겠다.”


장난이라기엔 그에게서 느껴지는 분위기가 너무 진심인 것 같았다. 전범근은 지레 겁을 먹기 시작했다. 두 사람의 입장이 바뀌었다.



“너 진짜 정체가 뭐야……?”

“네 아버지한테 물어봐.”


전범근은 그에 대해 떠올리려고 애를 썼다.
실제로 본 적은 없지만, 왠지 익숙하고 낯익은 얼굴……그가 누구인지 떠올려야만 한다.








“아……양심에 찔려서 도저히 이 짓은 못하겠다.”


민운은 한참 생각하다가 말했다. 그의 말에 조금 굳어 있던 범근의 얼굴이 차츰 돌아오는 것이 느껴졌다.


“큭……그럼 그렇지, 금방 꼬리 내리긴.”


그는 조금 숨을 돌리며 말했다.
안도하는 것 같았다.




“응, BK 전체랑 거래 끊는 건 너무했다, 그치? 그냥 계열사 하나만 끊을게.”

“뭐? 이 새끼가 지금 장난하나…….”


민운은 낯빛이 어두웠다 밝았다 하는 그의 표정에 재미가 들린 것 같았다.





“무릎 꿇고 빌면 없던 일로 해줄 수도 있는데.”


그는 전범근이 했던 말을 그대로 되돌려주었다.


“네놈도 나랑 별반 다를 게 없네.”

“……네가 한 짓이 결코 좋지 않다는 건 알고 있나 보네?”



그는 연우가 떠난 지 몇 분이 지났는지 시계를 보며 말했다.



“네 아버지 회사 사람들이 피해보는 건 나 때문이 아니야, 너 때문이지. 다들 그래, 연우도 그렇고. 똑같은 사람이 될 거냐고. 근데 너 같은 애들은 똑같이 해줘야 지 잘못이 뭔 지 아는데, 어떡하니?”



연우가 약국으로 출발한지 곧 15분이 되어간다.
이제 마무리를 지어야 할 것 같다.



“아무튼, BK랑 계속 좋은 관계 유지하고 싶으면 퇴사 밖에 방법이 없어.”

“야, 정도껏 해라. 네가 우리 아빠를 자르겠다고? 미친 소리를 지껄여.”

“네가 날 자르겠다고 하는 것도 웃기거든.”


그는 코웃음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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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4-09 01:27 | 조회 : 2,514 목록
작가의 말
로렐라이

진도가 매우 느린 점 사과드립니다... 근데 빼기도 뭐 해서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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