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번째 이야기. 스토커(은미' story)

"예전에 나도 서울 사람이었어. 딱 중학교 3학년때 건너오기 전까진.

나는 그날도 친구들이랑 밤늦게 놀고 돌아가던 길이었어.

고등학교 원서따위 같은 지역에 있던 부속 고등학교까지 있어서 맘 편하게 갈 수 있겠다 싶었지.

그런데 어느날은 내가 살던 주택가 골목길의 전등이 밤중에 나가버린거야.

하필이면 근처에는 모자를 푹 눌러쓰고 있던 아저씨 한 명이 전부였는데, 그냥 지나치기엔 조금 신경쓰이던게...

그 아저씨가 날 보고 씨익 웃는거야. 난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어.

뭔가 내가 위험하구나 하고. 난 걸음을 조금 빨리해서 집으로 갔어.

그런데 멀뚱멀뚱 쳐다보던 아저씨가 내가 지나가자 같이 움직이는거야.

지익-지익- 바닥이 질질 끌리는 슬리퍼를 신고 말이야.

이러다간 내가 정말 이상해 질 것 같았어.

하필 그 아저씨는 내가 가는 방향과 같던거야.

'안돼.. 이러다가 붙잡히고 말겠어. '

아까부터 불안했던 발이 점점 납덩이를 단듯이 무거워지기 시작했어.

하필이면 폰이 후져서, 배터리는 진즉에 나가버린지 오래였지.

아저씨는 그 사이에 발걸음이 점점 더 빨라지기 시작했어.

집까지 한 골목이 남았을 때, 넘어가려던 그 순간!

그 아저씨가 내 손목을 잡아 벽에 가두고 내 입을 틀어 막았어.

난 읍읍! 비명을 지르려 했지만 입이 막혀서 그럴수가 없었어.

공포로 눈 앞이 새하얗게 점멸했고, 난 기절하는대신 머리를 굴려봤어.

평생 이만한 공포는 없겠다 싶었지만, 그 순간 내가 태어나면서 거의 굴려본 적 없는 머리를 풀가동 시켰어.

그러다가 문득, 내가 아는 고등학생 언니가 남자애 그.곳.을 차서 정학을 먹었다는 얘기가 생각났어.

그 사이에 아저씨는 바지 벨트를 내리고 후크를 내린거야.

난 이래저래 생각할 틈도 없이 다리의 온 힘을 집중해서 그곳을 찼어.

그러더니 그 아저씨는 거품을 물고 그 어두운 길목에서 하얀 게거품을 물고 쓰러졌지.

난 다리의 힘이 풀리려 했지만 있는 힘껏 도망쳤어.

그러고 집에 돌아가 엄마아빠한테 있는 힘껏 혼났지...

ㅉ. 내 얘기는 여기서 끝이야.

질문 있으면 해."

Clase talk time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그 아저씨는 어떻게 됐음? 잡혔음?"

"아침에 학교 갈때쯤 되니 사라져 있더라."

"헐. 그런 새x는 인간도 아닌데...확 콩밥 먹었어야 되는데."

"아니지! 차라리 그대로 xx을 터트려 버렸어야지!"

"아니. 그것도 아니야. 터트리고 나서 그 x끼를 있는 힘껏 밟아 버렸어야지!"

"너무...심하다 얘들아. 최소 무기징역 5년에 감방생활 평생이라면 모를까."

"다 심하기는 마찬가지지만 그거 모두 하면 되지 않나?"

애들은 이 얘기로 다들 싸웠다.

막 징역 먹고 평생을 감옥에서 썩어야 한다느니, 사형을 시켜야 한다느니 말은 많았지만, 그 와중에도 반장의 사각거리는 소리가 들렸던것 같다.

떠드는 소리가 심화되자 반장이 나서서 중재했다.

"얘들아. 대화는 이쯤 하고. 이번엔 내가 하는 얘기야. 듣고 안 떨 자신 있지?"

남자애들은 시답잖은 얘기면 아이스크림은 반장이 쏘는걸로 하라며 말했지만 반장은 어깨를 으쓱일 뿐이었다.

"그냥 내가 예전에 겪었던 별거 아닌 얘기야. 기대 하지마. 자! 시작할게. 내 얘기 잘 들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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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8-28 19:30 | 조회 : 1,576 목록
작가의 말
Realnight

이번일은 제가 겪었던 일을 엮은 이야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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